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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CEO&STORY] '30년 AI 한우물' 1세대 벤처기업가 이경일 "원천기술 포기 안할 것"

2025-01-16

 

“어떤 분야든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3%입니다. 미국 시장과 영어권 시장을 더하면 대체로 30% 이상이고요. 3%의 한국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30% 시장에서 5등 안에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30년 넘게 인공지능(AI)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이경일 솔트룩스(304100)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AI 스타트업 ‘구버’를 5~6년 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구상을 전하면서 “솔트룩스의 경쟁력은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5일 서울 송파구 솔트룩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각축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는 AI 분야에서도 기술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밝게 웃었다. AI 에이전트(비서) 서비스 출시 두 달 만에 5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구버는 3월부터 유료로 전환해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AI라는 용어가 낯설던 1994년 AI 관련 기업을 설립하며 30년째 업계를 이끌고 있다. 인하대 공대 4학년이었던 1994년 처음 창업한 그는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다 회사를 매각하고 LG중앙연구소에 입사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를 거친 뒤 2000년 자연어 처리 기업 ‘시스메타’를 설립했다. 시스메타는 2003년 모비코인터내셔널과 합병한 뒤 지금의 솔트룩스가 됐다. 솔트룩스는 자체 언어 모델인 ‘루시아’를 포함해 자회사인 구버와 플루닛을 통해 AI 에이전트와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솔트룩스의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AI·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점유율 1위, 최다 지식재산권 보유 등 국내에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고 자금을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 원천 기술에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AI 기업들이 돈이 많이 들고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등 원천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빅테크 기술을 가져다 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솔트룩스는 매년 매출액의 30% 안팎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체 매출액(308억 원)의 46.5%에 달하는 143억 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R&D 비용 중 약 40%는 LLM 개발 등 원천 기술 개발에 쓴다. 이 대표는 “유럽은 자체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없다 보니 온라인쇼핑은 아마존, 검색은 구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처럼 외국 기업의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다”며 “AI 분야에서 원천 기술 개발을 포기하면 한국도 유럽처럼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눈으로 보기에는 수익성이 없어 보이는 곳에 투자하는 것 같지만 5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기술 의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원천 기술 개발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2020년 코스닥에 상장한 솔트룩스는 2023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앞선 3년간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투자 규모를 의도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라며 “투자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솔트룩스의 25년 역사 중 적자를 낸 것은 상장 후 투자 확대 시기를 빼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밖에 없다”면서 “솔트룩스는 재무 건전성이 좋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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